본문 바로가기

畵羅cahier du cinema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홍상수 (2013) 에 "기주봉"씨가 짤막하게 3번 나온다. 나는 홍상수의 이후의 영화들에, 따지자면 비토세력에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이미 그는 어떤 반열에 올라가버린 것 같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을 '3번'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깃발에 대한 선문답 역시 그렇고,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홍상수라는 감독이, 아무리 시덥잖은 시트콤을 만들더라도 그 대화가 그 전의 작품들에서의 여-남배우의 대화들을 상기시킬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는 것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는 아주 잔인한 의미에서의, 진정한 감독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은, 너무 슬프쟎은가? 이전에 남주가 이토록 처절하게 운 작품은 없었다. 해원이 더 자유로울수록, 수정이 자유로울수록, 경진과 예전과 보람이 제 삶을 찾아가고 일기를 매일 쓰면 쓸수록 성준과 재훈과 성.. 더보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4) 주말에 광주극장에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4)을 보았다. 악몽이 왜 악몽이었는지, 시덥잖은 인과에 의해서 말문이 막힌 피아니스트가 탄생된 과정과 더불어 악몽이 반드시 그런 식으로 "해결"되어야만 하는 것인지 다소 억지스러움을 남겼지만, 그런 생각은 영화관에 나오고 나서야 들었을 만큼 너무나도 유쾌한 악몽들이었다. 영화만이 할 수 있는 show를 보란듯이 내놓는 영화들이 너무 좋다. 특히 해변의 아이스크림 차 씬은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다. 더보기
<족구왕> 우문기 (2014) 을 광주극장에서 보았다. 더도 말고 덜도 없이, "청량함"이 가득한 "청춘 영화"로 요약된다. 사족을 붙이자면, 선과 악의 아주 뚜렷한 대비 구도에서도 모종의 불편함이나 지루함을 느끼기는커녕 상영 내내 입가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육성으로 터진 것도 여러번이었다. 그것은 첫째, '홍만섭'의 '저항 도구'(!)가 덜 반동적인, 즉 체제를 전복시키기엔 너무나도 무리인 '족구'였다는 것이고 둘째, 자칫하면 선동적으로(성공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는 허상이니 신경 쓰지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자!) 혹은 자기계발서류(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면 너는 성공할 것이다!)로 읽힐 수 있는 뻣뻣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내내 유머를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홍만섭의 편에 선 '안나'가 너무 예뻤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 더보기
<소녀괴담> 오인천 (2014) 우리나라 공포 영화는(1998)에서 몇 걸음 못 달아난 것 같다. 몇 해 전에 보았던 (2012)는 발상면에서 훌륭한 점이 돋보였었는데ㅡ이는 공포 영화 같은 저예산 영화로 갈수록 아주 중요한 점이다. 나는 공포 영화에 대해서는 아주 무지하고 너무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 후의 후유증 때문에 잘 보지 못하지만 국산 공포 영화가 나오면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이다. "너를 대놓고 놀래켜주겠다!" 식의 공포, 아주 곤란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대놓고 놀라버리는 나. 공포 영화는 너무 무섭다. 더보기
<이터널 선샤인> 미셸 공드리 (2004) 점심에 간단하게 소주 1병을 먹고 3시쯤 홍도에서 을 보았다. 아주 맑은 정신에서 보았다는 말씀 되시겠다. 그리고 미리 밝히거니와 나는 (2005)을 5번쯤 보았다. 은 맨정신에 본 것이 2회, 술에 만취하여 본 것이 1회쯤이다. 술 먹고 봤을 때의 그 감성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본 것인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아무래도 다음의 유투브 영상 때문에 기대치가 상당히 업되어 있던 것이 큰 탓일 게다. 나의 favorite song 중의 하나인 Spiritualized의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다. 무튼 각설하고, 수면의 과학 역시 의 변주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점을 발견했다. 『이터널 선샤인』은 인위적으로 연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데 반해 은.. 더보기
<경멸> 장 뤽 고다르 (1963), <이유 없는 반항> 니콜라스 레이 (1955) 담배를 끊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다. 다가올 담배값 인상을 대비하고 건강을 염려하는 차원에서 영화 1편을 볼 때마다 1개피를 피우기로 결심 하였다. 1) 고다르 을 보았다. 거실-욕조를 왔다갔다 하면서 부부싸움 하나를 이렇게 오래 끌 수 있음에 감탄하였다. 결말을 배신하는 방법 또한. 하지만 고다르 영화는 자막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왜 싸우고 있는지 따라가기가 힘들다. 나중에 다시 볼 기회가 생길 것이다. 뭔가 페미니즘적인 주제를 자주 다루곤 하는데, Tout va bien에서 보여주는 힘(연출이나 주제 면) 없다. 68이 대단하긴 대단했나 보다 싶을 정도. 2) 을 보았다. 먼저 본 고다르 영화에서 니콜라스 레이와 시네마스코프 언급이 있어서 그냥 봤다. 제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