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왕>을 광주극장에서 보았다. 더도 말고 덜도 없이, "청량함"이 가득한 "청춘 영화"로 요약된다. 사족을 붙이자면, 선과 악의 아주 뚜렷한 대비 구도<총장-이사장vs홍만섭>에서도 모종의 불편함이나 지루함을 느끼기는커녕 상영 내내 입가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육성으로 터진 것도 여러번이었다. 그것은 첫째, '홍만섭'의 '저항 도구'(!)가 덜 반동적인, 즉 체제를 전복시키기엔 너무나도 무리인 '족구'였다는 것이고 둘째, 자칫하면 선동적으로(성공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는 허상이니 신경 쓰지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자!) 혹은 자기계발서류(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면 너는 성공할 것이다!)로 읽힐 수 있는 뻣뻣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내내 유머를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홍만섭의 편에 선 '안나'가 너무 예뻤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렇기에 한계 역시 뚜렷하지만, 이것을 한계로 볼 것이냐 말 것이냐는 개인의 취향이므로 패스. 빽투더퓨처의 내러티브를 빌려 온 것을 '유쾌한 패러디'로 보느냐 '경솔한 인용'으로 보느냐 하는 것도 이 한계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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