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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 NOTES

14/03/14 너는 석사가 되었더구나. 나는, 경험적으로 대학원생 중에 제법 학문다운 학문을 하는 사람을 본 일이 거의 없다. 그 사람들은 대개 남들은 들어보기만 해도 학을 뗄 주제와 관련된 몇 편의 논문들을, 앤틱 골동품처럼 수집하며 동시에, 사람들이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만 유명한 석학들(그보다 더 유명하면 곤란하다. 자신의 주제가 대중적으로 비춰지기 때문에)의 이름을 주워 삼기며 어떻게든 자신의 오만함을 여기 저기에 흩뿌리는 방법으로 숨겨놓고는, 자신의 지적 무능함에 대하여 누가 의심이라도 한다면 일종의 거대 서사를 풀어 놓으며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기업화된 대학 자본과, 그럼에도 불구한, 대학의 본령, 그리고 사명감 따위를 거창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나를 아주 시니컬하게 만류한, 라깡을 공.. 더보기
2014/01/25 진월동의 수학학원 아르바이트 일을 맡은 지 1달이 되어간다. 그리고 오늘은 마지막 근무일이다. 일단 집에서 거리가 상당하여 출퇴근하는 데 애를 먹는 것도 그만두는 것의 이유이긴 하지만, 학원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생 과외를 맡게 되어 주말에 학원 일과 시간이 겹치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수능만 3번, 수험 생활을 꽤 겪은 나로서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더불어 현재 대학생의 신분을 가진 나의 행운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처음 입학할 때마다 가졌던 마음가짐들(무려 3번이나)을 곱씹으며 게으름을 채찍질하게 만들기도 해준다.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프랑스어를 심도 있게 공부하여 다음 학기에 불문과 전공 강의를 2개 들을 계획을 세웠다. 어제는 레.. 더보기
2013/08/21 해운대 뉘앙스ㅡ오로지 뉘앙스를 위하여 오후 두 시의 구름을 위하여 수평선은 어느새 파도가 되었다 나는 환영이다 미친 구름들의 그림자다 아니 그 그림자의 사원이다 아니 그 그림자를 수호하는 사제의 그림자 아니 그 그림자의 정 반대편이다 슬프게 운다 그림자는 그림자라서 울고 나는 그림자의 그림자를 짝사랑하여서 운다 너무 멀다 아니 그림자의 그림자는 애초에ㅡ? 있었던 것인가? 나는 낚싯대를 핏하고 거둬들인다 방생ㅡ모두 내 것이었으므로 모두 내 것이 아니라 하여도 좋다 어쩔 수 없이 좋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려다 너무 슬퍼서 운다 바람은 원래 그런 것이고 별도 원래 그런 것이다 원래 그런 것을 난들 어쩌리요 그래서 나? 나도 운다 슬피, 나무를 기어다니는 개미처럼 방법 없이 너는 아냐? 과연 그것을 다 아.. 더보기
2013/05/09 피시방에서 퇴고 작업을 하며 던힐을 피우고 있다. 나는 초심을 생각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던힐을 주문한다. 고2 5월 둘째주 토요일 던힐을 피웠다. 내가 담배를 처음 피운 순간이라 아직 기억하고 있다(남에게 얘기하기 위해서 숫자로, 이렇게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누구나 감탄을 한다, 그 날의 느낌을 애써 전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의도와 달리 사기꾼이 된다, 아 5월의 땡볕이여). 그 뒤로도 여러 담배들이 내 입술에 오고 갔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처음 사귄 여자친구와 같이 피운 말보로 라이트. 안암역 근처 무슨 까페였을 것이다. 초록색 쇼파 위였다. 그날 고려대학교 병원 로비에 앉아서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키스를 했고 떠나 보내는 지하철에서 사귀기로 했다. 이렇게만 적으면 내가 너무 미화를.. 더보기
2013/08/05 예비 수강신청을 위해 PC방에 왔다. 이번 학기엔 김동근 선생님의 현대시론을 듣고 싶었는데, 뭔 놈의 들어야 하는 학점이 이렇게 많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청강도 불가능하다. 되는 대로 사회철학을 청강할 생각이다. 어제는 자전거를 타고 하남콜럼버스시네마 부근에서 출발하여 충장서림에 다녀왔다. 충장서림에 앞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 사람이 꽤 많았다.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4000원 주고 구입했다. 이거 분명 옛날에 읽었었는데, (2008년 경) 박노자라는 사람의 자취를 좀 알고 나서 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 때 당시의 내 이해력도 문제이겠거니와, 그의 이력이나 사상은 매우 흥미로우며 경이롭기까지 한 것이다. 소련 출신에서 비롯된 反폭력, 평화주의가 우리나라(그의 말마따나 군국주의가 완.. 더보기
2013/07/30 요샌 러시아 혁명사를 공부하고 있는데, 방금 포스팅한 좆같지도 않은 노래가 결국 전부 다 인 거 같아서 누나 그냥 그런 식으로 ,,, 백현진 같은 경우도 애초에 뮤지션보다 페인터로서 그림이 몇백 몇천만 나가던 식이라 나는 정말 이것이 좋은 건지 옳은 건지 이게 정녕 ? 헷갈리는 것이다. 남한이 문화적으로 하도 뒤쳐져있기 때문에 문화자본으로서는 충분히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나는. 이 뒤로 뭐라뭐라 쓰려다가 포기한다. 한참 전의 프랑스 대선이 나로 하여금 이런 글을 쓰게 만든 것이지만, 과연 남한에서 정치()가 가능할 것인가? 이걸 그냥 시대로 떠넘기고 말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나는 지금 취했고 이 쪽에 대해선 하고 싶은 말이 없다. 어차피 피드백 올 말도 없는 걸. 이것이 정말 좆같다. .. 더보기
2011년 12월 9일 정치학개론 기말고사를 앞두고.... 눈이 내리고 얼마간 나는 윤색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름대로의 세계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나름대로가 윤색해내는 일에 관하여. 윤색이라는 단어에 함축된 가치 평가에 대해서는 다음 첫눈까지 함구하기로 다짐하며, 모든 무차별적인 서사를 기리며. 그것은 너와 나의 것이어도 좋고 아니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더보기
12월 6일 언어철학 기말 논문을 무사히 제출했다. 남은 시험들만 무사히 치루어내면 이번 학기가 정말로 끝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