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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활자

이이체 - 詩


이이체

 


  몸에 당신의 일기를 베끼고 바다로 와서 지운다. 내 죽음으로 평생을 슬퍼해야 할 사람이 한 명 필요하다. 당신은 말해진 적 없는 말. 모든 걸 씻고, 이렇게 당신이 바다에서 눈물을 흘린 게, 눈물을. 바다의 푸른 계단이 차례로 무너져 내리고, 절벽에서 하얀 고통들이 비명을 지르며 부서진다. 거품들이 분말처럼 흩어지면 당신이 흘려둔 해식애로 세워지던 안개도시. 파도는 내 몸에 알맞다. 나쁜 말들뿐이다. 나는 아직 당신에게 내 얼굴의 절반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당신은 몇 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가. 나는 쓴다. 쓴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쓴다. 쓴다고 생각하기 위해 쓴다. 쓴다. 지운다.

  카우보이비밥을 보고 싶다. 맥주 몇 잔 마시면서. 특별할 것도 없는 에피소드들. 기억에 남는 장...면들 몇. 음악으로 기억되는. 벌써 겨울을 기다린다. 주말에 서울을 갈 것이다. 시간이 맞다면 경마장을 갈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몇 번 잃으면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언제였던가 파초일에 네게 과천에 가자고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여자들에게 극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던 우리들. 조금 더 그럴듯하게, 그래 조금 더 그럴듯하게가 전부였다. 네가 얼마나 비참했을지를, 이 시를 옮겨적으며 나는 어렴풋하게 안다. 내게 느낌은 문자로 먼저 온다. 그런 것. 전화를 받을 때마다 그 전의 전화 받은 기억이 겹치는 사람들. 아직까지 나는 스무살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 어쩔 때는 참 다행이다. 피곤하지가 않다. 오랜만에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물어봐야겠다. 지겹다. 과도한 포즈, 이이체 산문시는 내내 울먹울먹하면서 환상적 분위기로 그 감정의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맛인데 여기선 너무 징징대고 있다. 연애편지 이상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대중가요스런 맛이 있다. 사랑이 무슨 대수라고. 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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