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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활자

박용철 - 로맨스

로맨스
- 박용철(朴龍喆)

너희는 이를 가리켜 어리석다 부르느뇨
내 생명의 불길이 이제 차츰 줄어들어
세상에 대한 욕망이란 연기같이 사라질 제
오히려 저를 만나 한마디 말씀하려 함을.

저의 손 내 가슴에 두 손으로 부여안고
그리 못한다면 얼굴 가만히 보랏으며
그도 못한다면 고개 깊이 숙이고
다만 한 말은 그대여 나를 용서하라.
 
하찮은 다툼이 아니런가
부질없는 자랑이 아니런가
서로 마음의 고향을 등지고
돌아올 길을 막았더니.
 
수많은 꿈에만 거리낌 없이
그대 발 아래 엎드렸으나
오ㅡ 말하라 그대 또한
아니 그러하였던가.
 
그대 찬란한 의상에 빛나고
웃음의 걷는 걸음 앞에 가지나
네 마음 속을 깨무는 어둠을
내사 안단다 보았더란다.
 
나의 가슴 속에 맺혔던 원한의
매듭매듭 이제 사라지고
지는 해 온 들에 분홍물 들임같이
뉘우침이 고이 내려오고
 
쌓였던 눈이 어찌 단번에 슬림같이
애틋한 정에 마음녹아 흐르려나니
그대여 그대의 닻 지운 정을 풀어놓아
용서의 넓은 바다 위에 떠서 이리로 오라.
 
두 손 안고 얼굴 가만히 보랏으며
다만 할 말은 그대여 나를 용서하라
둘의 맘 다시 사개맞춤같이 어울려 녹는 사이에
나는 영원의 평화와 잠의 나라로 떠나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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