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언제부턴가 모든 씬을 "진지or코믹"으로 엄격하게 양분화시키는 몹쓸병에 걸린 것 같다. 고증에 충실했다면서 <아니키스트> 일당 전부를 코메디언으로 묘사하다니..."웃어! 울어! 진지빨아!" 하는 라벨이 테이크마다 친절하게 붙어 있다. 조선식 "감동 없이 볼 수 없는 휴먼 드라마" 따위는 이미 폐지되어버린 웃찾사의 뮤지컬 코너 같은 것으로도 충분하다. 고증에 충실? 박열은 수감시절 우익으로 전향하였는데, 이런 사실부터가 정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코메디가 따로 없다. 제발 김치맨들은 실화극 같은 거 만들지 말자. 잘 만들어봤자 <암살>이다. <암살>이 이 영화의 워너비였지 싶은 쇼트가 자주 눈에 띈다. 만약 폭탄을 던졌더라면 <암살2>가 됐을지도 모른다. 한 여름밤에 날린 내 돈. 좆같고 처참하다. <동주>보다 더 퇴화할 수 있다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정말이지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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