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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羅cahier du cinema

<동주> 이준익 (2016)


  <동주>는 썩창이었다. 한국 대중을 개돼지 취급하는 쓰레기 상업영화 목록에 추가한다. 흑백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연간 배출되는 쓰레기들과 다를 점은 아무 것도 없다. 윤동주의 팬은 아니지만, 한때 잠시나마 문학도로서, '시인 윤동주'와 그의 시를 소비하는 무성의한 연출에 모욕감을 받았다. 무슨 아이돌 뮤직비디오처럼 윤동주의 시를 보이스 오버로 대충 상황에 맞게 짜집기했을 뿐인, 예컨데 <병원> 같은 시는 아웃 오브 안중이며 다룰 능력도 없는 것이다. 그저 비리비리한 문학소년과 그의 컴플렉스 현신인 '활동가', 그리고 그 비리비리한 문학소년을 따르는 예쁘장한 계집년들, 여기에 추가해 글 쓰는 것을 반대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아버지, 와 같은 전형 인물의 무성의한 나열에 불과한 이 영화의 재밌는 점은 바로 '쿠미'라는 일본 여자가 허구의 인물로서 창조된 것이 이 영화의 좆같음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조선어도 모르면서 윤동주 시가 좋다고, 번역하고 싶다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 정신 나간 년ㅡ말이 되냐 이게 씨발? 시가 뭔지는 아셈?ㅡ이 '동주'에게 보내는 터무니없는 애정 공세는 이 영화가 <시>를 전혀 다루지 않고 있으며, 사실 <시> 따위야 어쩌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즉, 이 영화가 겨우 윤동주에 대한 스테레오타입(별 헤는 밤)의 신화화일 뿐이라는 것. 예컨대, 이름만 "인환"으로 바꾸고 보이스 오버된 모든 시들을 박인환의 시ㅡ라고 해봐야 이 영화가 요구하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것은 <목마와 숙녀>밖에 없지만ㅡ로 치환한다면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