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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羅cahier du cinema

<천국보다 낯선> 짐 자무쉬 (1984)

Stranger than heaven(1984)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윌리와 에디가 클리블랜드에 가기 위해 뜬금없이 인도에서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공장 노동자에게 길을 묻는 장면이다. 이 테이크는 약 2분 가량 차지하는데, 단순히 이 일행이 클리브랜드로 간다는 이정표 역할을 하기에는 말도 안되는 내용이고 전혀 불필요하다.

Willy:Where do you work?
Unknown:In a factory
Willy:(에디를 바라보며)Let's go
Eddie:I don't know. Poor guy. God. Can't you imagine working in a factory?
Willy:No I can't. And I feel bad.
Eddie:I don't feel bad.

내가 <천국보다 낯선>을 명작으로 꼽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데, 애초에 윌리와 에디가 클리브랜드로 가는 이유는 에바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윌리와 에디가 경마장에서 한탕을 하고, 이어진 도박판에서 두탕을 했기 때문에,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말하자면, '쩐'이 생겼기 때문에 '급 땡긴' 것이었다. 그녀는 헝가리에서 온 윌리의 사촌이고, 귀엽고("She's cute") 체스터필드를 태우고, 뉴욕의 사촌 윌리집에 머물면서 그에게 잘 대해주려고 노력하는, 배큠클리너vacum cleaner를 엘리게이터elegator라고 부를 줄 알게 된 쿨-걸 이었다. 그러니 갑작스럽게라도 그녀를 안 만나고 배기겠는가? 이 문장은 "그러니 갑작스럽게 그녀를 찾아가 그녀를 기분 좋게 해주지 않고 배기겠는가?"와 같은 뜻이다.

윌리와 에디가 어떤 기대를 하면서 에바를 찾아갔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대면할 에바의 모습은 이미 그 전의 테이크들에서 답이 나온 바 있다. 바로 <클리브랜드의 호수>에서 그들은 꽁꽁 떨게 될 것이다라는 것. 그들은 그녀를 찾을 것이지만, 머물 곳도 정해지지 않은 여행이 편할 리 없으며, 난데없는 방문을 기뻐할 지도 미지수이다. 그들은 순전한 요행에 기인하여 이 여행을 떠났고, 경마와 도박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노동자를 경멸하는 자본주의의 암적인 존재이며, 카메라는 이들을 응원하지도, 풀을 꺾게 하지 않으면서도 내내 쫓는다. 한탕을 통해 갑자기 rich하게 된 이들은 클리브랜드에 가까워지면서 이윽고 끔찍한 날씨에 맞닥뜨리며, 이는 룸펜 프롤레타리에게 예정된 수순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핫도그 가게에서 일하며, 같은 직장(글쎄 그것을 직장으로 부를 수 있다면) 동료에게 영화 데이트 신청을 받곤 하는 에바를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에디,윌리,에바, 직장동료) 4명이서 'days without sun'을 보러 가게 되는데 이 씬에서 영화의 장면은 하나도 나오지 않고 무표정한 4명의 관람객들만을 비춘다. 스크린은 계속 깜빡거리며 정체모를 격투 소리를 내뱉는다. 아까 전 에디의 대사 "클리브랜드가 부다페스트와 좀 비슷해?"에 대한 대답이다. "응 Capitalism띠"

플로리다로 가는 길에 에바는 'Screaming Jay Hawkins'를 다시 튼다. 첫번째는 에바가 뉴욕에 도착했을 때 혼자 걸으며 틀었고, 두번째는 에바가 윌리의 집에서 틀어놓고 혼자 춤을 추다가 이내 집에 온 윌리가 음악을 꺼버렸었고, 세번째는 플로리다로 가는 차 안 뒷자리에서, 에디의 긍정을 받으며. (씨발! 이거 완전 변증법 아니냐?) 정-반합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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