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석사가 되었더구나. 나는, 경험적으로 대학원생 중에 제법 학문다운 학문을 하는 사람을 본 일이 거의 없다. 그 사람들은 대개 남들은 들어보기만 해도 학을 뗄 주제와 관련된 몇 편의 논문들을, 앤틱 골동품처럼 수집하며 동시에, 사람들이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만 유명한 석학들(그보다 더 유명하면 곤란하다. 자신의 주제가 대중적으로 비춰지기 때문에)의 이름을 주워 삼기며 어떻게든 자신의 오만함을 여기 저기에 흩뿌리는 방법으로 숨겨놓고는, 자신의 지적 무능함에 대하여 누가 의심이라도 한다면 일종의 거대 서사를 풀어 놓으며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기업화된 대학 자본과, 그럼에도 불구한, 대학의 본령, 그리고 사명감 따위를 거창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나를 아주 시니컬하게 만류한, 라깡을 공부하던 대학원생 형이 있었다. 그러니까 어떤 식이었냐면 말이다. "뭐하러 해요? 하지 마요", 이런 식의 비관을 과연 객관적이라 할 수 있느냐도 생각할 여지가 있겠지만은, 좌파스런 색채의 어휘들을 행간에 섞어놓았을 뿐인 아주 시시껄렁한 글을, 부끄럼도 모른 채로 신문사에 기고한다거나 할 수 있을 정도의 호기는 없었다. "학자"의 양심이 그런 짓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너는 적확히, 그런 석사가 되었더구나. 쌤통이다. 씨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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