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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kt Idea - Sincere Sunset 밤의, 옥상 1 옥상은 고요하다, 특히 밤의 옥상이라면 더더욱 고요하다. 아무리 난잡하게 건물이, 아파트가, 교회가 들어선 지대여서 소란스럽고 지저분하며 때로는 징그럽기까지 한 도시라도, 아니 그러한 도시일수록 옥상은 순수를 지키고 서있다. 너무 숭고해서 어처구니없는, 그런 순수를 옥상은 늘 간직하고 있다. 옥상에 올라간 인간은 겸허해지는 것, 밤에 들어선 인간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 이것을 그저 위치에너지와 지구와 태양 간의 역학 관계에서 계기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무겁고 거대한 돌덩어리들의 위치 바꿈과, 미시적인 좌표 상의 이동 그 어디에서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안에서 더듬어보는 인간의 포즈는 발견할 수 없다. 인간의 울음이 울음이게끔 하는 곳, 밤의 옥상이다. 인간 아닌 것들과.. 더보기
「환상수첩」을 읽고 「환상수첩」을 읽고 ㅡ황홀했던 간밤이여 그리고 백기…………… 죄는 성聖의 반의어로서 정립이 가능하다. 세속의 세계, 김승옥의 소설 세계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생활 그 자체가 밀림의 왕이다. 생활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잠식한다. 서커스 삼십 년 경력의 이씨나 연두색의 달인으로서의 아버지는 그런 생활에 의해 잠식된 인물을 대표한다. 감색 교복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생활이 소설의 결말이 암시하듯이 지옥이거나, 적어도 무목적으로 가득찬 미스테리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서울-고향 구도는 사실상 거의 의미가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하향은 오히려 진실한 의미에서의 상경이다. 그가 순천에서 여수로, 여수에서 거문도로 점점 더 내려갈수록 이 생활이라고 하는 레토릭이 적용되는 범위는 늘어난다. 깡패들이 진영을 윤.. 더보기
2011년 12월 9일 정치학개론 기말고사를 앞두고.... 눈이 내리고 얼마간 나는 윤색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름대로의 세계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나름대로가 윤색해내는 일에 관하여. 윤색이라는 단어에 함축된 가치 평가에 대해서는 다음 첫눈까지 함구하기로 다짐하며, 모든 무차별적인 서사를 기리며. 그것은 너와 나의 것이어도 좋고 아니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