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u Chao - Je ne t'aime plus
파주, 여름 1 언젠가 너와 걸었던 길을 다시 걸으면서, 그때 나는 누군가와 동행하고 있다고 철썩같이 믿었음에도, 실은 잡힌 손의 힘이 계속 빠져 나가고 있던 것에 불안해하며, 아주 어릴 때 처음 길을 잃었을 때의 적막을 떠올리며, 나는 단지 그때부터 주욱 계속 길을 잃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조용한 길, 어디로 가든 무한히 펼쳐지던 그 길 앞에서, 자꾸만 내가 있던 곳에서 멀어졌고 손끝은 희미해져 결국엔 그만, 주저 앉아 울어버리고 싶었던 그 막연한 거리감이 생생히 되살아나는 것을 보았다 . 길을 찾음이란 결국, 길 위에서 자신을 자연스럽게 잃어주는 일에 불과하다고 읊조린 것은 이미 충장로를 빠져나오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2 그 이후로도 많은 것이 변한 도심 속에서 이런 산문조의 바람이 세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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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kt Idea - Sincere Sunset
밤의, 옥상 1 옥상은 고요하다, 특히 밤의 옥상이라면 더더욱 고요하다. 아무리 난잡하게 건물이, 아파트가, 교회가 들어선 지대여서 소란스럽고 지저분하며 때로는 징그럽기까지 한 도시라도, 아니 그러한 도시일수록 옥상은 순수를 지키고 서있다. 너무 숭고해서 어처구니없는, 그런 순수를 옥상은 늘 간직하고 있다. 옥상에 올라간 인간은 겸허해지는 것, 밤에 들어선 인간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 이것을 그저 위치에너지와 지구와 태양 간의 역학 관계에서 계기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무겁고 거대한 돌덩어리들의 위치 바꿈과, 미시적인 좌표 상의 이동 그 어디에서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안에서 더듬어보는 인간의 포즈는 발견할 수 없다. 인간의 울음이 울음이게끔 하는 곳, 밤의 옥상이다. 인간 아닌 것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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