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NOTES

16/07/07

화라 2016. 7. 7. 07:48

  팝캐스트라는 이름의 음악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아쉬웠던 점들을 극복하고 내가 더 잘 아는 분야를 말하기 위해서, '한에종(한국 에로 영화계에 경종을!)'이라는 이름의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파일럿 방송을 그제 업로드했고, 벌써 구독자 수가 30명이 되었다. 사실 이 방송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전원일기: 젖소농장새댁"이라는 영화 때문인데, 이 영화는 에로 영화치고 강도 높은 베드씬을 시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홍상수적인 리얼리즘이 표방하는 롱테이크 기법들을 의식하는 듯한 카메라의 거리(아마도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없었겠지만)가 종종 등장한다.

  영화 비평의 담론에서 에로영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라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으나 완성도 측면에서 일천한 작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지만, 그리고 과연 '에로영화'라는 장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그것을 굳이 '비평'의 영역으로까지 끌어와야 하는지 (예컨대, 개그콘서트를 비평하는 사람은 없다) 몇 가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들이 있다. 하지만 영화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해볼만한 도전이고, 관성적으로 만들어지는 에로영화들, B급도 못되는 영화들에게도 독자는 필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송을 들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거론되는 에로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그 방송을 듣는 행위 자체로서 '영화'라는 장르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