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NOTES
15/11/30
화라
2015. 11. 30. 18:27
송곳이 끝났다. 연영석 노래("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할 줄 아나") 같은, 시위현장에서 사용되는 본격 민가가 TV에 나온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노학연대' 같은 단어들이 대학가에서 통용되거나, 토론의 주제이거나 할 때가 있었다. 실내 식당에서 흡연이 가능한 시절의 일이다. 남한의 노조 가입율은 OECD 최하위권이며, 송곳 같이 나이브하고 선악이 확실한 전래동화 같은 드라마조차 잘 수용되지 않는 정국에, 온갖 갈등-계급,성별,세대-이 범람해서 역설적으로 무엇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 자체가 프로파간다로 여겨지는 이 시점에, 나는 데모할 시간도 없고, 투쟁기금으로 갖다바칠 여력도 되지 않고, 그나마 어떤 'demonstration'으로서 영화를 하는 것이, 나중에 부끄럽지나 않도록.
김경욱씨가 얼마나 많은 추문에 시달렸는지(진위여부를 떠나), 까르푸에서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송곳을 보고도 관심없을 사람이 태반이다. 내가 뭘 더 잘 알아서가 아니라, 이런 시도(송곳)가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투쟁중인 사업장은 아직도 넘쳐나고, 송곳이 헬조선 바람과 함께 흥행가도를 살짝 달렸기 때문에, 베껴서라도 이런 시도들이 더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