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라필름 HWARAFILM

블랙 살몬 블루스 시나리오

화라 2016. 6. 22. 17:07

기획중인 다큐멘터리 <블랙 살몬 블루스> 시놉시스.

1996년 하면 당신은 무엇을 떠올리는가?
96년은 한국영화계에 있어 특별한 해였다.

박찬욱은 "달은 해가 꾸는 꿈"을
홍상수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김기덕은 "악어"를,

즉 한국을 대표하는 3인의 영화감독이 전혀 다른 삶의 궤적을 살다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데뷔작을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 해 (태극기만 나부끼게 클로즈업됐다가 점차 사람들이 많은 거리로 카메라 줌 아웃>
한국영화는 멸망했다. <<멀티플렉스 앞에서, 태극기가 걸린 전봇대, 같은 곳에서 찍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닐수록, 영화 포스터가 많이 붙어있을수록 good>> (혼자 서있는 나레이터 or 유신)
이것은 영화가 멸망한 그 이후의 이야기이다.
왜냐고? 질문은 자기자신에게나 물으시길. 이 나레이션과 동시에 <블랙 살몬 블루스> TITLE

영화가 멸망해버렸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 음악은 남아 있었다. <PC방에서 바흐를 듣는 모습>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창생 두 명은 그리 친하지도 않았는데 졸업한 지 10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만나 <옆자리에 조정현이 등장, 오버워치 속 캐릭터 대사 삽입, 클로즈업되면서 사진처럼 멈추기>
술을 마시다가 밴드를 하기로 결정했다.
왜냐고? 음악은 남아있어야만 하니까.

이들의 재회부터가 블루스였고 사실 이들은 블루스를 위해 태어난 인간, 아니 블루스로 빚어진 인간이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블루스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왜 하필 블루스냐고?

<등장 인물 소개 시퀀스>

이유신 (황병승, 최면식 느낌)
서울대 문과를 졸업한 백수. 여자를 사귈 때마다 첫만남에 반드시 술을 먹고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기타 반주와 함께 불렀고, 여자가 노래를 듣고 울지 않으면 패버렸다. 이것은 일종의 제의였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요?
<띠꺼운 표정으로 담배를 물으며> "레드 제플린"

블루스다. <STOP>

조정현 (신하균, or 더 못생긴)
이런저런 일자리를 전전하다 현재는 H마트 생선코너에서 회를 뜨고 있다.
역시 블루스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요?
"음...좋아한다기보다는 저에게 음악적으로 가장 영향력을 끼친 사람이 있어요..."

그게 누구죠?
"서태지요"

사실 리더 이유신은 조정현이 블루스와 어울리는 인간인가 몇 차례 고민했는데<락페 같은 곳에서 멀리 떨어진 군중, 벤치에 앉아 고뇌하는?>, 조정현과 노래방을 함께 간 뒤로 결심을 굳혔다.

인서트>조정현 scream (노래는 서태지-인터넷 전쟁)

(노래방에서 미소를 지으며 끄덕끄덕거리는 이유신) "그래 이 정도면 블루스지"
아마 술에 많이 취했었던 것 같다.

최필 (최정필)
둘만으로는 비주얼이 딸린다는 리더 이유신의 판단으로 영입된 기타리스트이다. (인서트>최필 기타 치는 모습) 이유신은 이 녀석이 여대생 팬을 끌어올 것을 기대했다고 한다. 요즘 골빈 애들이 좋아하게 생긴 얼굴이라나 뭐래나...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요?
"JESUS CHRIST" (성호를 긋고 아멘 기도) <오른손에 매직으로 십자가 그리기>
이 이상 블루스일 수 없다.

그리고 드디어, 블랙 살몬 블루스의 첫 공연이 시작된다.


고스톱을 치는 3명 (유신, 정현, 나레이터)

담배연기가 자욱한 연습실. 정필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려고 한다.

유신 : (자신의 화투패를 보며) 어. 치킨 사왔냐?

최필 : 응

유신 : 얼른 와 앉어. (상황이 안좋은듯 인상을 찡그림) <나레이터 옆자리를 두드리며>

최필 : <나레이터를 처음 보기 때문에 어색하게 앉는 둥 마는둥 망설이며> 

정현 : 아싸 쓰답!! 어디보자~~ 리더는 광박이니까 6점에 고박으로 감독님 거까지 18점~~ 아이고오~~ 

최필이 계속 치킨을 들고 서있다.


유신 : 아 거 좆같이 안풀리네. 씨발 앉으래도. (치킨을 뺐고는 화투판을 정리하는 정현 손을 치운다.) 야 접어접어. 우리 필도 왔고 여기 아가씨, 밥도 안먹고 왔대잖아. 맞지? 


정현, 돈을 안주려는 유신과 실랑이하다가 빡쳐서 흑화함


정현 : 씨발 좆같애서 진짜. 밴드고 뭐고 다 때려칠거야 씨발새끼들아. 알어?


유신 : 앉아라. 치킨 내가 산 거다.


정현, 망설이다 조용히 앉아 치킨을 뜯어 처먹기 시작한다.


유신은 먹지 않고 담배만 피운다. 최필과 나레이터는 멀뚱히 앉아 있다.


유신 : 뭐해 고사 지내? 아 그리고 여기 아가씨. 무슨 다큐멘터리? 찍고 싶다네. (나레이터를 바라보며) 제목이...?


나레이터 : (속삭이듯) 블랙 살몬 블루스요.


정현 : (옆에서 맞장구치듯) 맞어맞어. 영화과 다닌대. 감독님이야 감독님.


나레이터 : 아니에요. 감독은 무슨. 말씀 많이 들었어요. 기타리스트시죠?


최필, 나레이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신을 바라보며


최필 : 오늘은 그거 부르지 마라. (기도하고 치킨을 뜯기 시작한다)


유신 : 그게 뭔데? 응? 아, 그거. 아가씨 근데 몇살이라 그랬지?


나레이터 : 올해로 스무살이에요. 최필씨 맞죠? 


최필 : 큰 기대 하지마. 스무살이라니까. 그리고 나 기타리스트 아니야.


나레이터 : (나레이션) 영천고등학교 최필. 중학교 때 촉망받는 배구선수이자 천재 기타리스트였던 그는 배구하다 손가락을 다쳐 예고 진학을 포기,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1학년 때 돌연 자퇴하여 행방이 묘연했다. 오늘까지는. 내가 임마 니 고등학교 선배야 이 따샤. 어디서 말을 놔?


나레이터 : 기대하는 거 없어. (치킨을 들고) 잘 먹을게.


유신, 흥미로운 듯 나레이터와 최필을 쳐다본다.


이 이후의 에피소드들, 전개는 모두 연습날 그날그날 생긴 일을 차용하며 즉흥적으로 정한다.